마음 한켠에
청계 정헌영
세상 태어난 것도 잊었다
살아온 날도 잊었다
살아오는 동안
기뻤던 날도
슬펐던 날도
마음 다스리지 못한 날도
고통스러운 날도 많았지만
유독 고통스럽고 나쁜 날만 생각나고
좋은 날 기뻤던 일은 모두 잊으며 살았다
황혼 짙은 길을 걸으며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마음 한켠에
조금 흔적을 남겼으면 하는 미련이
삶의 여정에 박혀있지만 잊힌 기억들을
되살리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럴 줄 알았으면
일기라도 꼬박꼬박 쓰며 살 것을
한때 쓰던 일기를 중단한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깊이 생각해보면
내 삶의 흔적을 남겼다 해도
누가 봐줄 사람이 있을까
가난한 시인의 일대기를
차라리 모두 잊고
마음 편히 흙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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