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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향기 취미]/글들의 향기

마음 한켠에

by 맹길스 2017. 12. 12.


마음 한켠에
                   청계 정헌영

세상 태어난 것도 잊었다
살아온 날도 잊었다



살아오는 동안
기뻤던 날도
슬펐던 날도
마음 다스리지 못한 날도
고통스러운 날도 많았지만
유독 고통스럽고 나쁜 날만 생각나고
좋은 날 기뻤던 일은 모두 잊으며 살았다



황혼 짙은 길을 걸으며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마음 한켠에
조금 흔적을 남겼으면 하는 미련이
삶의 여정에 박혀있지만 잊힌 기억들을
되살리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럴 줄 알았으면
일기라도 꼬박꼬박 쓰며 살 것을
한때 쓰던 일기를 중단한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깊이 생각해보면
내 삶의 흔적을 남겼다 해도
누가 봐줄 사람이 있을까
가난한 시인의 일대기를



차라리 모두 잊고
마음 편히 흙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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