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반월성은 위에서 얘기한 계림의 동쪽에 있어요.
처음에는 돌로 만든 석성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토성이랍니다.
탈해왕이 동해안에서 토함산에 올라 멀리 서쪽의 지형을 바라본즉 경주에 초승달 모양의 한 언덕이 있는지라,
“야아, 저것은 참 좋은 지형의 땅이다. 내가 앞으로는 저기 가서 살아야겠다.”
하고 산에서 내려와 이곳에 와본즉 여기는 이미 신라의 중신인 호 공의 저택이 있는지라, 어떻게 해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해보다가 한 꾀를 내어 호 공의 집 주위에 대장간에서 쓰다 버린 폐탄을 갖다가 남 몰래 묻어놓고는 얼마 뒤에 호 공의 집으로 찾아가서,
“귀공의 집은 본래 우리 조상의 땅입니다. 어서 비켜 주시오.”
하자 호 공은,
“그럴 리가 있소? 이 집은 분명히 내 집이요.”
하고 다투다가 관가에 가서 재판을 하게 되었는데 호 공은,
“절대 그럴 리가 없소.”
하고 강력히 항변을 하므로, 판관이 탈해를 보고,
“그대는 아직 연소한 아이가 아니냐? 그대가 주장하는 무슨 그런 증거라도 있느냐?”
하고 묻자 탈해는 기다렸다는 듯이,
“예, 있습니다. 옛날 우리 조상은 대장간을 업으로 하였는데, 그 집 주위를 파보면 대장간에서 쓰던 폐탄이 나올 것입니다.”
하므로 그 집에 가서 주위를 파보았더니 과연 대장간에서 버리는 폐탄이 많이 나왔으므로 탈해는 재판에서 이겨서 그 호 공의 집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 당시 신라의 임금님은 남해왕이었는데, 탈해의 지혜가 뛰어남을 보고 사위로 삼았다가 뒤에 왕으로 추대하여 신라의 제 4대왕이 되었다고 해요. 탈해가 그 초승달 모양의 집터에다 성을 쌓고 반월성 또는 월성이라고 하는 궁궐을 지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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