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자연향기 취미] > 글들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당신의 그마음도 - 신대성) (0) | 2020.09.04 |
---|---|
오늘은 비오는 날 (0) | 2020.09.02 |
살아보니까 알겠더라~ (0) | 2020.07.31 |
기적을 기다리는 봄 (0) | 2020.03.01 |
찾아 오는 세월 (0) | 2020.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