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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향기 취미]/글들의 향기

이 가을 들꽃이면 좋겠다

by 맹길스 2018. 10. 10.

이 가을 들꽃이면 좋겠다
                             /이룻:이정님

네 옷에 붙은 검불을 털어줄 때
손끝에 묻어난 향기로
가을은 영글고
문신 툭툭 갈라진 상처 위에는
바람 몇 점 엎드려 있었지

멀리 가던 벌 나비들의 촉수가
가까스로 지난날을 더듬으면
한 폭의 구도 속으로

늦게 도착한 햇살은 수줍게 웃고

자꾸만 욱여 넣는 오후의

손가락 끝 마디 마디
결코 슬퍼서는 안 되는 너와
반드시 슬퍼야 하는 나는

마주 피었다 함께 시들어도 좋을
들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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